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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쓰기] 빠르게? 느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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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6-07-05 11:03 조회1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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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승 현 (곰숙씨의 글쓰기공장)

새벽배송 노동자가 과로사했다.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니다. 택배노동조합은 0시부터 5시까지 배송 금지를 주장했다. 그러자 많은 이들이 반박했다. 새벽배송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부터, 그 상품을 판매하는 생산자, 소매업자, 그리고 그 물건을 배송하는 택배기사들까지. 각자의 이유로 새벽배송 금지를 반대했다.

기사들의 건강을 생각하면 새벽배송은 하면 안 되는 일 같다. 하지만 야근하고 장 볼 시간도 없이 집에 들어와 다음 날 아이를 챙겨야하는 워킹맘의 입장에서 보면, 새벽배송을 통해서 판매로가 넓어진 소매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새벽에 교통흐름이 원활하여 배송하기 훨씬 편리하다는 기사의 입장에서 보면 새벽배송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기사님들의 업무환경을 개선시키고, 휴게시간은 늘어나고, 급여는 좀 더 오르는 쪽으로, 새벽배송이 필요한 소비자들의 경우에는 웃돈을 더 내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나는 이 문제에서 새벽배송 금지 찬성을 논하기보다, 다른 점을 짚고 싶다. 바로 ‘속도’다.

내가 어렸을 땐 인터넷 주문을 하면 빨라도 다음 날 도착했다. 보통 이틀은 걸렸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하루 배송이 당연해지고, 그러다 새벽배송이 나타났다. 더 나아가 이제는 배달의 민족과 이마트의 합작으로 생필품 및 신선식품 주문 시 1시간 이내 도착을 약속하는 광고까지 보게 됐다. 앞으로는? 드론 기술이 발달하면 배송시간은 더 단축될 것이다. ‘빠르면 편하고 좋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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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면 편하고 좋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빠른 속도가 기본값으로 자리 잡은 지금, 인간에게 필요한 의식주도 빨라지고 있다. 먼저 의류. 옷은 한 벌 사면 원래 해질 때까지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패스트 패션을 추구한다. 한 철만 입고, 버린다. 그리고 다음 해에 다른 옷을 산다. 버린 옷은 헌옷 수거함에 넣는다. 하지만 내 눈에서만 사라질 뿐이다. 그리고 식사, 음식은 이미 패스트푸드가 있지만 굳이 햄버거 피자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밀키트가 나왔다. 정말 일상적으로 먹는 국 반찬 밥이 모두 밀키트가 됐다. 모든 재료와 육수까지 있기에 그냥 냄비에 넣고 끓이면 된다. 심지어 냄비 없는 집을 위해서 알루미늄 일회용 냄비에 담아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요리하는 경험이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주거. 집은 부동산이 됐다. 투자대상이다. 빚을 끌어다 산 뒤 가격이 오르면 팔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인관계. 자신은 물론 타인도 빠른 속도로 대한다. 타인의 속도에 맞출 땐? 문제 없다. 그러나 그 속도에서 벗어나거나 느려지면 스스로를 자책한다. 나보다 느린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반대로 복장 터진다. 도로에만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게 아니다. 일상에서도 다른 이들과 속도를 맞추지 못 하기에 화난 사람들이 많다. 너가 잘못된 거라면서. 하지만 관계에서 오는 행복, 사람으로부터 오는 행복은 원한다. 그래서 비슷한 속도를 가진 사람들끼리만 만난다. 생각회로가 고정된다. 벗어나야 한다는 걸 알지만 다른 이들을 만나는 건 쉽지 않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의식주 그리고 대인관계, 간편하고 빨라지고 있다. 그 말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사라져 간다는 거다.

빠른 속도 덕택에 바다에는 쓰레기 섬이 만들어졌다. 물살이들은 죽어가고, 바다에 버린 쓰레기는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심신이 무너진다. 우리가 편리하다고 느끼는 이 속도는 보이지 않을 뿐 모든 존재를 파괴하면서 온다. 편리함이라는 얼굴로. 이 속도에 저항해야한다. 적극적으로 새벽배송을 쓰지 말고, 그런 기업들은 쓰지 말고, 내가 먹을 건 내 손으로 장보고 직접 밥 해 먹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빠른데서 오는 편리함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미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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