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지식을 쌓고,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싶어 대학에 들어갔는데 아무래도 주위를 살펴보면 그게 정말 좋은 일인지 자신이 없습니다.
저는 대학생 남자인데요. 주변을 둘러보면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왁자지껄하게 지내거나, 의식있는 학생단체에서 활동하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연마하는 사람들이 좋은 기업에 내정되기에 인생도 즐겁다!’라는 식의 풍조가 강합니다. 페이스북에서 친구의 피드를 보고 있으면 쓸데없는 인증샷만 올라와 있고, 심지어 공부는 그다지 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 능력만 닦은 사람일수록 좋은 기업에 들어가니, ‘이렇게 고독하게 책 같은 것을 읽다가 쓸모없게 되는 건 아닐까?’하고 불안해집니다.
저는 전에 체육 동아리에 소속된 적이 있고, 아르바이트도 주5일 정도 했었습니다만 왠지 귀중한 학생 생활을 낭비하는 것 같아 다시는 그런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고쿠분 선생님이라면 ‘책 읽는 것을 그만둬!’라고 말씀하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이런 학생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역시나 ‘적당히’를 목표로 해야 할까요?
조잡한 질문이라 죄송하지만 답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실버 해머 씨의 질문을 읽으면서 대학 시절 친구들에게 자주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대학 시절, 수업에 올출하기로 유명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노트도 전부 챙기고 있었고요. 전설 같은 이야기입니다만, 그 친구 집에 가서 ‘몇 월 며칠 누구누구의 강의’라고 부탁하면, ‘좋아’하고 워드프로세서(당시에는 아직 워드프로세서였습니다)에서 해당하는 강의 노트를 출력해 준다고 했습니다. 그는 강의에서 필기한 노트를 집에 돌아와서 워드프로세서에 다시 입력해 정리해두었던 거죠. 저는 그 친구를 개인적으로 몰랐기 때문에 그가 도대체 어떤 성적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괜찮은 성적을 받았을 겁니다.
한편, 제 서클 친구 중에 수업 출석은 거의 제로임에도 제대로 학점을 받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는 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어 어떤 강의 노트라도 금방 손에 넣어 버렸습니다. 이른바 ‘대리출석’같은 것도 활용했던 것 같습니다만, 어렵지 않게 학점을 따고 있었습니다.
제가 대학시절에 자주 친구들에게 말했던 건, 도대체 이 두 유형 중 어느 쪽이 대학을 나온 후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쓰면 후자인 인맥형 인간이 ‘일을 잘 하게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올출형 인간은 사실 매우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로, 단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이 싫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인맥형 인간은 언뜻 보기에 대단한 인간으로 보입니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는 의미가 불분명한 말이 마구 떠돌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매우 우대를 받을 거라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인맥만 있을 뿐 깊이 있는 일을 전혀 할 수 없는, 창조성이 결여된 인간일지 모릅니다. 다시 말하지만 어쨌든 알 수 없습니다.
사회학자 미야다이 신지(宮台真司) 씨는 자신이 다녔던 고등학교에서는 공부벌레형 인간은 바보 취급을 받고, 우수한 녀석은 누구나 공부 이외의 플러스알파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일본의 난점(日本の難点)』). 이는 미야다이 씨가 말하지 않아도 실제로는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벌레형은 결국 끝내 플러스알파를 가진 인간에게 공부에서 추월당하고 만다는 것을요. 다른 분야에서 능력을 키우고 있는 사람은 공부에서도 그것을 살릴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이끌어낼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공부벌레여서는 안 된다는 게 아닙니다. 이것을 해 두면 자신의 인생은 괜찮다고 하는 ‘신앙’에 의지해 버리는 것이 곤란한 점입니다. 미야다이 씨가 말하는 것도 그런 겁니다. 공부벌레가 공부만 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 아니라(공부만 해서 공부로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인물이 된다면,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하나의 달성이되겠죠.), 공부를 해두면 괜찮을 거라고 여기는 ‘신앙’을 갖고 있는 점이 문제입니다.
실버 해머 씨가 지식을 쌓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싶다면 그냥 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익히면 자신의 인생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가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인증샷’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는 사람이 사회에 나와서 잘 처신할지도 모릅니다. 중후한 지식과 생각하는 힘을 몸에 익힌 사람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인물이 될지도 모르죠. 그건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실버 해머 씨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되고, 이러면 안 되지 않을까 싶으면 멈추어 생각하면 됩니다. 다만 ‘이런 걸 하는 인간은 이렇게 된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 참고도서
- 미야다이 신지(宮台真司), 『일본의 난점(日本の難点)』, 冬舎新書, 2009년